아직도 그 선연한 눈빛을 기억합니다. 그들이 처음 플래닛에 도착했을 때,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어요. 백 살도 넘은 개조인이라고 생각지도 못할 만큼 섬뜩한 결의가 눈에 차올라 있었죠. 그들이 꾸린 연합군은 손에 총과 칼 대신 꽃과 나무를 들었어요. 오랜 시간이 지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잊어버렸던 사실을 그들은 기억하고 있었던 거예요. 지...
🧟🧟🧟 턱 끝까지 차오른 숨도 생존본능을 이길 순 없었다. 지금 숨소리를 내면 죽는다는 생각만이 머리를 지배했다. 땀에 눈이 따가웠지만 눈 똑바로 뜨지 않는 순간 놈들에게 먹히고 말 것이다. 대가리보단 몸으로 배운 실전 지식이었다. 절대로 눈을 떼지 말 것. 어떤 소리도 내지 말 것. 눈 앞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놈들의 머릿수를 대충 셌다. 하나 둘 셋 넷 ...
*약간 길어요. 18. 학교 앞 카페에서 중간 대체 과제를 제출을 마지막으로 중간고사가 끝났다. 습관처럼 핸드폰을 들었지만, 시험 끝났으니 밥 먹고 영화나 보자는 연락이 왔어야 할 핸드폰은 잠잠했다. 나는 안경을 고쳐 쓰고는 그대로 가방을 챙겨서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역으로 가는 길따라 늘어선 가로수에는 벌써 파란 잎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재민을 피하는...
/양현지 양현지는 인형 같았다, 는 문장은 이중적인 의미로 쓰인다. 인형 같은 얼굴을 뜻하기도 했고, 대체로 짓는 무심한 표정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표정이 박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애써서 공부하고 실기쳐서 입학했더니 한 번도 원한 적 없었던 무용과 여신이라는 타이틀이 떠돌았고, 에타에는 부탁한 적 없는 품평회가 열렸다. 실제로 봤...
11. 엠티는 뻔했다. 레크리에이션부터 짝 안 맞는 짝피구까지 식순은 변형도 없이 그대로였다. 자유시간이 주어지고 남은 사람들이 공을 차기 위해 하나둘 운동장으로 모일 때, 나재민은 목장갑을 끼고 불판에 숯을 부어 넣었다. 후배 하나가 나재민을 향해 물었다. 형, 형은 공 안 차요? 나재민은 즉각 고개를 젓는다. 나는 축구 못해. 괜히 껴서 욕 먹느니 맘 ...
1. 개강은 언제나와 같다. 들뜬 새내기들의 말소리. 그보다 조금 감흥 없어보이는 헌내기들의 발자국 소리. 그리고 귀찮음과 짜증이 역력한 막학년들의 한숨 소리. 이어폰으로 귀를 틀어막고 그저 그런 캠퍼스 사이를 걷는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삼학년이었다. 아직은 바람이 찬데 때이른 볕만은 따사로웠다. 귓가에는 가본 적 없는 영국의 락밴드 노래가 흘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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